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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해에 4대 메이저 우승해야 ‘그랜드슬램’… 아직 단 한명도 없어[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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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김은지
- 작성일 25.05.13
- 조회수 28
■ 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그랜드슬램과 커리어 그랜드슬램
아널드 파머 제안해 개념 정착
달성하는 선수가 나오지 않자
커리어 그랜드슬램으로 대체
올해 매킬로이가 6번째 달성
LPGA에선 박인비가 7번째
북아일랜드의 로리 매킬로이가 얼마 전 끝난 제89회 마스터스에서 우승을 거두면서 남자 골퍼로는 사상 6번째로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에 성공했다. 지난 2014년 브리티시오픈(디오픈) 우승 이후 11차례 도전 끝에 마지막 퍼즐을 완성한 것이다.
그랜드슬램은 원래 19세기 초에 나온 카드 게임의 일종인 브리지에서 유래한 용어로 13번의 판(trick)을 모두 이기는 것을 말한다. 우리식으로 표현하자면 ‘싹쓸이’에 가깝다.
카드 게임 용어였던 그랜드슬램이 처음 스포츠 분야에서 사용된 것은 1930년이다. 미국의 아마추어 골퍼 바비 존스가 그때까지 가장 권위 있고 규모가 큰 골프대회였던 디오픈 챔피언십, 브리티시 아마추어 챔피언십, US 오픈 챔피언십, US 아마추어 챔피언십을 한 해에 모두 석권한 것이 계기였다.
미국 애틀랜타 저널의 한 기자가 전무후무한 존스의 쾌거를 보도하면서 당시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던 카드 게임 용어를 빌려 찬사를 보낸 것이 시작이었다. 1933년에는 테니스에서도 사용되며 이후 스포츠계에서 두루 쓰이게 됐다. 하지만 이후 프로 투어가 활성화되면서 아마추어와 프로의 경계가 갈수록 뚜렷해지자 골프계에서는 더는 쓰이지 않게 되었다. 거의 잊혀 가던 그랜드슬램을 부활시킨 주인공은 미국의 골퍼 아널드 파머다. 1960년 당시 엄청난 인기를 끌던 파머는 마스터스와 US 오픈을 연달아 석권한 뒤, 생애 처음으로 디오픈에 출전한다.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골프대회로 권위와 명성을 누리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디 오픈은 미국 골퍼에게 외면받던 이류 대회에 불과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경제가 파탄 나 상금이 변변치 않았던데다 교통과 숙박도 불편하기 짝이 없었기 때문이다.
1946년 대회에 참가해 우승까지 한 미국의 샘 스니드는 우승 상금으로 600달러를 받고는 이후 15년 동안 영국을 찾지 않았다. 당시 미국 투어의 우승 상금이 1500∼3000달러였고, 영국까지 가는 대서양 횡단 여객선 일등석 왕복 요금만 대략 600달러였다.
이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파머는 자신이 존경해 마지않던 선배 골퍼 존스와 벤 호건(미국)의 뒤를 따라 디 오픈을 제패하고픈 마음이 더 컸다.
대서양을 건너 영국을 향하던 비행기 안에서 친구였던 피츠버그 신문의 기자가 프로골프의 인기로 인해 존스 이후 그랜드슬램의 전통이 끊긴 것이 아쉽다는 말을 꺼냈다. 그러자 파머는 기존의 인기 대회인 마스터스와 US 오픈에, 디 오픈 챔피언십과 PGA 챔피언십을 추가해 4개의 프로대회로 구성된 그랜드슬램을 새롭게 만드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이것이 신문을 통해 기사화되면서 여론의 지지와 호응을 얻으며 오늘과 같은 4대 메이저 대회와 그랜드슬램 개념이 비로소 정착됐다.
현대적 의미의 첫 그랜드슬램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나마 가장 근접했던 골퍼는 지난 2000년 US 오픈을 시작으로 이듬해 마스터스까지 4개 메이저 대회를 연속으로 우승한 타이거 우즈(미국)가 있다. 그랜드슬램이 안 나오다 보니 선수 생활 동안 4개 메이저 대회를 제패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란 말이 대신 등장했다. 현재까지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남녀 골퍼는 매킬로이를 포함해 모두 13명이다.
남자는 1935년 미국의 진 사라센, 1953년 호건, 1965년 게리 플레이어(남아프리카공화국), 1966년 잭 니클라우스(미국), 2000년 우즈, 그리고 2025년 매킬로이까지 6명이다. 그랜드슬램을 부활시킨 파머는 PGA 챔피언십을 세 차례나 준우승했으나 정작 우승하지 못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끝내 이루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여자골프는 남자골프와 달리 현재 셰브론 챔피언십, US 여자 오픈,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에비앙 챔피언십, AIG 여자 오픈까지 5개 대회를 메이저 대회로 분류한다. 이 가운데 4개 대회를 우승하면 그랜드슬램으로 인정한다. 한국의 박인비는 지난 2015년 여자골퍼로는 7번째로 커리어 그랜드슬램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스포츠심리학 박사
국민대 스포츠산업대학원 교수